왜 다들 적당히 일하려고 할까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 ‘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라는 말이 흔해졌다. 정해진 업무 시간과 롤(Role) 내에서만 최소한으로 일하고, 그 이상의 초과 근무나 열정은 투자하지 않는 태도다.
보통은 이걸 열정이 식었거나 게으름 피우는 것으로 생각한다. 조직에 대한 로열티가 부족해서, 혹은 요즘 세대의 끈기가 부족해서 그렇다며 탓한다. 그런데 조금 다른 관점이 있다. 이건 게으름이 아니라 번아웃을 막기 위한 방어기제다.
보상 없는 헌신이 가져온 결과
과거에는 회사를 위해 나의 모든 것을 갈아 넣으면, 승진과 정년 보장이라는 달콤한 열매가 주어졌다. 하지만 지금의 도시는 다르다. 아무리 내 뼈를 깎아 일해도 내 집 마련은 까마득하고, 회사에서는 언제까지 책상을 지킬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계속 전력 질주를 하면? 결과는 뻔하다. 먼저 지쳐 쓰러지는 쪽은 내 쪽이다. 즉, 많은 직장인들이 무의식적으로 나를 지키기 위해 페이스 조절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기능’만 끄는 절전 모드
스마트폰 배터리가 15% 남았을 때 절전 모드로 바뀌듯, 내 멘탈 배터리가 방전되지 않도록 불필요한 감정 소모와 과잉 충성의 스위치를 끄는 것이다. 조용한 퇴사를 불성실로 볼 게 아니라, 오래 달리기 위한 페이스 유지로 봐야 한다.
조용한 퇴사는 물리적으로 회사를 그만두는 게 아니다. 심리적으로 회사와 나를 분리하는 과정이다. 이걸 알고 나면 완전히 다르게 해석된다.
나만의 기준점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영혼 없이 숨만 쉬라는 건 아니다. 중요한 건 더 열심히 일하는 게 아니라, 내가 어디에 에너지를 쓰고 어디서 아낄지 정하는 것이다. 회사 일은 계약된 만큼 정확하게 해내고, 남은 에너지는 나의 성장이나 진짜 내 삶에 투자하는 것.
생각보다, 이렇게 선을 그었을 때 오히려 더 안정적으로 직장 생활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많다. 요즘 직장인들은 아낀 에너지를 개인투자 등으로 자산성장, 능력개발 등에 투자한다. 이는 오히려 노동시장의 능력 상승, 자산 불평등 완화 등 다양한 측면에서 국가의 경제성장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모든 것에 몸 바칠 필요는 없다. 가장 지켜야 할 우선순위는 내 멘탈과 건강이니까.